아주 오랜 옛날부터,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다. 아버지의 아버지, 그 아버지의 아버지, 그 아버지의 조상께서 숨쉬던 시절에도 그는 계속 달렸다.
흔적을 지우는 자, 위대한 대족장, 투구를 쓴 악마, 대초원의 패왕. 거진 두 세기를 아우르는 방대한 그의 이야기는 신화로 불리우진 않을 지언정 절대의 전설. 한때는 어느 부족의 대족장이기도, 또 한때는 사람들을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했던 그는 세대를 거듭함에 따라 시대에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꿔왔다. 그리고 지금에 다다라선 그의 진실된 정체를 아는 이는 몇 없는 실정이다.
오, 단신으로 군단을 묻어내었노라. 그 홀로 끝없이 뻗은 평야를 달리며 적장의 수급을 취했노라. 무수한 명장들과 검성들이 그의 창 앞에 섰으나 모두 무너져 내렸노라. 화살의 비를 뚫고 다다른 성곽을 무너뜨렸노라. 간악함의 흔적을 지웠노라. 내가 그들의 악마가 되었노라.
그는 오직 쓸 수 있는 투구와 기이할 정도로 길다란 창 하나만 있으면 그 어디든 내달리고 그 무엇이든 극복해내왔다. 과연. 인간이 정녕 위대함으로 거듭나려 하는가?
살아있는 반신이요, 아뢸 수 없는 무신이자, 땅에 내린 별의 투구. 여러 이름으로 불리우는 영광스런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, 그의 이름은 켄달리온 라자다.
: 켄달리온 라자.
흔적을 지우는 자, 위대한 대족장, 투구의 성좌, 아뢸 수 없는 무신, 투구를 쓴 악마. 세대를 거듭하며 칼과 창에 뜻을 둔 이들이 부르짖던 전설스런 그 모든 이름은 사실 한 남자의 진명으로 귀결되었더랬다.
창 한 자루와 쓸 수 있는 투구 하나면 그 어떤 전장이라도 이겨내리.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난 이상, 결코 자유의지를 저버리지 않을 자.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자이며, 어떠한 것에도 얽메이지 않고 시대를 풍미해온 자.